도급인과 건설공사발주자의 구분에 대해 알아보고 2024년 11월 14일 대법원에서 판결한 ‘인천항만공사’ 선고에 대한 의미를 파악해보자.
1. 용어 정의
먼저 용어에 대한 개념이 바로서야 한다. 지금까지 나온 도급인과 건설공사발주자의 애매한 구분은 모두 용어 정의에서 비롯되었다.
용어 | 정의 |
도급 | 명칭에 관계없이 물건의 제조, 건설, 수리 또는 서비스의 제공, 그 밖의 업무를 타인에게 맡기는 계약을 말한다. |
도급인 | 물건의 제조, 건설, 수리 또는 서비스의 제공, 그 밖의 업무를 도급하는 사업주를 말한다. 단, 건설공사발주자는 제외한다. |
수급인 | 도급인으로부터 물건의 제조, 건설, 수리 또는 서비스의 제공, 그 밖의 업무를 도급받은 사업주를 말한다. |
관계수급인 | 도급이 여러 단계에 걸쳐 체결된 경우에 각 단계별로 도급받은 사업주 전부를 말한다. |
건설공사발주자 | 건설공사를 도급하는 자로서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 관리하지 아니하는 자를 말한다. 다만, 도급받은 건설공사를 다시 도급하는 자는 제외한다. |
건설공사 | 다음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공사를 말한다. 1) 「건설산업기본법」 제2조제4호에 따른 건설공사 2) 「전기공사업법」 제2조제1호에 따른 전기공사 3) 「정보통신공사업법」 제2조제2호에 따른 정보통신공사 4) 「소방시설공사업법」에 따른 소방시설공사 5) 「국가유산수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국가유산 수리공사 |
건설산업기본법 제2조제4호에 따른 건설공사란 토목공사, 건축공사, 산업설비공사, 조경공사, 환경시설공사, 그 밖에 명칭과 관계없이 시설물을 설치, 유지, 보수하는 공사(시설물을 설치하기 위한 부지조성공사를 포함) 및 기계설비나 그 밖의 구조물의 설치 및 해체공사 등을 말한다. |
다시 정리하자면 도급인은 도급, 용역, 위탁 등 명칭에 관계없이 업무를 맡기는 사람이고 수급인은 그 업무를 받은 사람이며, 관계수급인은 재하도급(재하청)이 이루어졌을 때 수급인 전부를 관계수급인이라 한다.
건설공사발주자는 시공을 총괄 관리하지 않는 최상위 발주자를 말한다.
이 내용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일반적인 도급사업의 경우 도급인이 최상위에 위치해 있으나 건설공사는 최상위가 발주자가 되며 발주자는 도급인의 안전보건 조치의무를 다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건설산업기본법에 명시되어 있는 건설공사 발주자의 책무를 다하기만 하면 된다.
2. 도급인과 건설공사발주자의 업무범위
산업안전보건법 상 도급인과 건설공사발주자의 수행 업무에 대해 정리하면 아래 표와 같이 나타낼 수 있다.
도급인 | 건설공사발주자 |
- 안전보건총괄책임자 지정 (사내협력사에 한함) - 도급에 따른 산업재해 예방조치 실시 1) 안전보건협의체 2) 합동안전보건점검 3) 작업장 순회점검 4) 교육 장소 및 자료 제공 5) 특별교육 실시 확인 6) 경보체계 운영과 대피방법 등 훈련 7) 위생시설 이용 협조 8) 관계수급인 등의 작업시기, 내용,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 확인 9) 위험 발생 작업 조정 - 도급사업 관련 안전보건 정보 제공 - 작업환경 측정 (사내협력사에 한함) |
- 건설공사 계획단계에서 기본안전보건대장을 작성하고 설계단계에서 설계안전보건대장을 도급인이 작성하게 하고 확인해야 하며 시공단계에서 공사안전보건대장을 작성하게 하고 이행여부를 확인해야 함 - 2개 이상의 공사를 도급한 경우 안전보건조정자 배치 - 공사기간을 단축하거나 위험성있는 공법 사용 금지 - 특별한 사유가 없는 경우 도급인의 요청에 따라 공사기간 연장 - 산업안전보건관리비 계상 - 산업재해 예방지도 계약 체결 |
도급인과 건설공사발주자의 큰 차이점은 실질적인 안전조치 여부라 볼 수 있다. 도급인은 매우 구체적으로 특정 안전보건활동에 대해 수행해야 하고 그 수행방법에 대해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고 있으나 건설공사발주자는 건설공사를 발주한 사람으로서 공사가 잘 이루어지도록 관리하는 역할만 수행한다. 실질적인 안전조치는 건설공사도급인이 수행해야 한다.
이런 연유로 건설공사발주자는 안전관리에 대한 책임이나 의무가 없어 소홀하게 되는데, 대규모 건설공사의 경우 현대건설, 삼성물산 등 대기업 건설공사도급인이 공사를 철저히 관리하겠지만 영세한 규모의 건설공사의 경우는 건설공사도급인이 공사 안전관리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기도 한다.
3. 도급과 건설공사의 구분
그렇다면 도급과 건설공사는 명확히 구분이 될까?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얻으려면 건설공사의 정의를 면밀히 살펴보아야 한다.
건설산업기본법 제2조제4호에 따른 건설공사란 토목공사, 건축공사, 산업설비공사, 조경공사, 환경시설공사, 그 밖에 명칭과 관계없이 시설물을 설치, 유지, 보수하는 공사(시설물을 설치하기 위한 부지조성공사를 포함) 및 기계설비나 그 밖의 구조물의 설치 및 해체공사 등을 말한다.
건설공사 중 하나인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른 건설공사의 정의이다.
위 내용을 보면 건설공사는 건축물을 신규로 설치하는 것뿐만 아니라 기존의 건축물을 유지보수하거나 해체하는 것도 포함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공장 지붕을 수리하는 것은 사업주 입장에서는 도급으로 관리해야 할까? 건설공사로 관리해야 할까?
건물 외벽에 페인트를 칠하는 공사를 용역한다고 하면 이것은 도급일까? 건설공사일까?
법체계에서 명확히 구분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세상 모든 경우의 수를 기록해 놓을 수도 없고 결국은 행정해석이나 판례를 따를 수 밖에 없다.
지금까지는 사건의 쟁점이 건설공사냐 도급이냐로 구분이 되었다. 따라서, 건설공사라면 발주자에 해당되고 발주자는 안전조치를 하지 않아도 된다. 는 식의 귀결이었다. 그래서 일반 제조업 현장이나 공장의 건축물 개보수 작업은 일반적으로 건설공사로 간주하여 건설공사를 시행하는 도급인이 모든 안전보건에 관한 의무를 수행하고 법에 따라 산업안전보건관리비를 계상하는 등 발주자의 역할을 해왔다.
4. 인천항만공사 판례를 통한 도급인과 건설공사발주자의 구분
구분 | 내용 |
사고 일자 | 2020년 6월 3일 |
장소 | 인천항만공사 갑문 정기보수 공사 |
사고 개요 | 자재를 갑문 하부로 내리던 도중 자재와 함께 추락하여 사망 |
사건의 쟁점 | - 검찰 : 인천항만공사가 건설공사발주자가 아닌 도급인으로 판단함. 건설공사를 주도적으로 총괄 관리하고 있다는 여러 증거를 제시함. (건설공사 공정률을 관리하고 정기적으로 보수하여 그간 축적된 유해위험요소와 안전관리 기술이 있다고 봄) - 인천항만공사 : 갑문은 인천항 내항으로 연결된 거대한 철문으로 정기적으로 전문건설업체에 발주를 내어 보수하고 있었음. 인천항만공사는 건설공사발주자로서 책임을 다 하기 위해 건설공사를 관리한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 (시공할만한 기술적 역량이 부족하고 자격이 없음) |
사건의 흐름 | 1심 : 유죄 (사장 : 징역1.6년 / 법인 벌금 1억원) 2심 : 무죄 3심(대법) : 유죄 |
이번 인천항만공사 대법원의 유죄판결은 기존의 도급인 범위를 확대시키는 판결이다.
대법원은 입법취지를 고려하여 ‘도급인이 건설공사를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 관리하는 자에 한정’하는 제한 사항을 실질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보았다. 건설공사이기 때문에 발주자이고 발주자는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아도 책임에서 자유롭다가 아니라 해당 건설공사에 관해 유해위험요소에 대해 실질적인 지배, 관리의 권한을 가지고 있었는지, 해당 건설공사에 실질적으로 행사한 영향력의 정도, 도급인의 공사에 대한 전문성, 시공능력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규범적인 관점에서 판단해야 한다고 제시한 것이다.
따라서 향후 이와 유사한 사례, 이를테면 사업장에서 매우 중요한 설비를 공사해야 하는 경우, 해당 설비를 담당하는 부서가 별도로 있고, 그 공사가 주기적으로 반복되었다고 하면 건설공사발주자가 아니라 도급인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봐야 한다.
실제로 인천항만공사는 갑문이 인천항만공사의 핵심시설이고, 이를 위한 전담부서를 두고 있으며, 여러 증거를 통해 공사의 설계, 시공, 감리, 준공 등까지의 전 과정을 기획하고 공정률도 매주 점검하는 등 실질적으로 지배, 관리를 하고 있었다. 이런 점을 미루어 보아 인천항만공사는 갑문 정기보수 공사에 관한 높은 전문성을 지닌 도급사업주로 수급인에게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본 것이다.
이 판결을 두고 노동계는 위험의 외주화를 막는 판결이라고 평가를 하고 있으나 오히려 기존의 판결을 뒤집으면서 더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 된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5. 향후 안전관리 방안
지금까지 기술한 내용을 모두 종합하여 다음과 같이 구분하여 안전관리를 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건설공사발주자 | 도급인 |
다음 중 어느 하나라도 해당하는 경우 건설공사발주자로 간주할 수 있다. 1) 사업의 핵심시설 및 기능이 아닌 건설공사 (유지보수 포함) 2) 해당 건설공사를 관리하는 전문 조직이 없음 3) 해당 건설공사를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프로세스가 없음 4) 해당 공사를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만큼의 시공능력과 경험이 없음 |
좌측 건설공사를 제외한 모든 도급, 용역, 위탁 |
위 기준에 각 사업 또는 사업장의 특성을 반영하여 건설공사와 도급을 구분하고 건설공사를 관리하는 기준과 절차, 도급계약을 관리하는 기준과 절차를 각각 마련하여 관리해야 할 것이다.
가령, 공장 시설물을 유지보수하는 공사를 도급할 경우 해당 공장의 시설물이 사업을 영위함에 있어 핵심시설이나 자산에 해당하거나 정기적으로 유지보수하고 있어 안전관리 경험이 쌓여있는 상황이라 하면 건설공사발주자로서 안전관리를 적극적으로 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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