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줄여 흔히 ‘중대재해처벌법’ 더 줄여 ‘중처법’이라 말한다.
오늘은 이 중처법 적용 이후 현재까지('24.8.1) 1심 판결이 나온 16건의 사건에 대해 동향을 분석해 보고자 한다.
1. 중대재해처벌법이란?
판결에 대한 분석을 하기 전에 중대재해처벌법이 무엇인지 왜 제정되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다하지 않아 발생한 인명사고에 대해 사업주, 경영책임자, 법인, 공무원을 처벌하여 안전을 도모하기 위한 법률이다.
- 입법취지 : 대한민국이 경제적 성장과 선진국으로의 진입 등 외형적 발전을 이루었음에도 불구하고 사고사망자가 여전히 높은 이유는 각종 안전보건 관계법령에서 안전보건 조치에 중점을 두었기 때문이므로 안전보건 예산, 조직 등에 최종적 권한이 있는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에게 책임을 물어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충실히 수립, 이행함으로써 산업재해 예방을 도모하기 위해 제정되었다.
기존 산업안전보건법 체계에서는 안전보건 조치의무를 중점적으로 수행해왔으나 산업재해 감소 효과가 미미하므로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다하도록 사업주를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볼 수 있다.
즉,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충실히 수행하여 시스템을 잘 마련한 경우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보아 중대재해가 발생하더라도 중대재해처벌법으로 기소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이다.
2. 적용범위
1) 상시근로자 50명 이상 (건설공사 50억원 이상) : 2022.1.27 부터 적용
2) 상시근로자 5명 이상 50명 미만 (건설공사 50억 미만) : 2024.1.27 부터 적용
* 위 기준에 따라 상시근로자 5명 사업장은 모두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임
3. 안전보건 확보의무 세부내용
그렇다면 사업주가 구축해야 할 안전보건 확보의무란 무엇인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에 구체적 내용이 나와있다.
번호 | 내용 |
1 | 안전보건 경영방침 및 목표 설정 |
2 | 안전보건 전담조직 구성 (상시근로자 500명 이상, 건설시공순위 200위 이내) |
3 | 안전관리자, 보건관리자, 산업보건의 정수 이상 배치 |
4 | 안전보건 예산 확보 및 집행 |
5(반) | 도급∙용역∙위탁 시 평가 및 관리비용 반영 |
6(반) | 안전보건 관계법령의 유해위험작업 관련 교육 실시 확인 |
7(반) | 산업재해 발생 대응 매뉴얼 마련 |
8(반) | 안전보건관리책임자 등 업무수행 평가 |
9(반) | 종사자 의견청취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안전보건협의체) |
10(반) | 유해위험요인 발굴 및 개선 (위험성평가) |
11(반) | 안전보건 관계법령 이행 확인 |
중대산업재해 대상으로 수행해야 할 업무는 위 표와 같다. 구체적 내용은 별도의 글로 남겨야 할 것 같다. (내용이 너무 많아…)
총 11가지로 1~4번은 매년 1회 이상, 5~11번은 매반기마다 점검후 사업주에게 보고하여 적절히 조치를 해야 한다.
관련 문서는 5년간 보존해야 하며, 중대재해 발생 시 사고조사의 첫번째 요구문서이므로 잘 준비해놓아야 한다. (하드카피, 전자문서 등)
4. 중대재해처벌법 판결 동향
번호 | 사고일 | 사고내용 | 피고인 | 선고일 | 처벌유형 | 처벌내용 | 업종 | 선고소요기간 (개월) |
1 | 2022.5.14 | 일산 요양병원 증축공사 현장에서 자재를 옮기던 하청업체 노동자가 5층 높이(16.5m)에서 추락하여 사망 |
온유파트너스 대표이사 | 2023.4.6 | 집행 유예 |
징역 1년6개월 (집행유예 3년) |
건설업 | 11 |
2 | 2022.3.16 | 사내 설비 보수 협력사 근로자가 크레인을 이용한 중량물 취급 작업중 섬유벨트가 끊어지면서 1.2톤 방열판에 깔려 사망 | 한국제강 대표이사 |
2023.4.26 | 실형 | 징역 1년 (법정구속) |
철강 제조업 |
13 |
3 | 2022.3.16 | 근린생활 신축공사 현장에서 거푸집 가설지지대 높낮이 조정 도중, 가설지지대가 쓰러지며 파이프에 맞아 사망 |
시너지건설 대표이사 |
2023.6.23 | 집행 유예 |
징역 1년 (집행유예 3년) |
건설업 | 15 |
4 | 2022.5.19 | 예곡가압장 개선사업 공사현장에서 굴착기와 담장 사이 협착되어 사망 | 만덕건설 대표이사 |
2023.8.25 | 집행 유예 |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
건설업 | 15 |
5 | 2022.3.9 | 고양시 상가 신축공사 현장에서 하청 노동자가 크레인에서 떨어진 190kg 철근에 맞아 사망 |
건륭건설 대표이사 |
2023.10.6 | 집행 유예 |
징역 1년6개월 (집행유예 3년) |
건설업 | 19 |
6 | 2022.4.15 | 아파트 설비과장이 1층 현관에서 사다리에 올라 천장 누수방지 작업 중 1.5m 높이에서 추락하여 사망 |
아파트관리업체 ‘국제경보산업’ 대표이사 |
2023.10.12 | 집행 유예 |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 |
공동주택 관리업 |
18 |
7 | 2022.2.23 | 제주대 생활관 철거 중 무너진 굴뚝에 깔려 철거업체 대표가 사망 |
제동종합건설 대표이사 | 2023.10.18 | 집행 유예 |
징역 1년 2개월 (집행유예 3년) |
건설업 | 20 |
8 | 2022.2.10 | 독성화학물질인 트리클로로메탄이 포함된 세척제를 사용한 근로자 16명이 독성간염 발병 | 두성산업 대표이사 |
2023.11.03 | 집행 유예 |
징역 1년 (집행유예 3년) |
제조업 | 21 |
9 | 2022.9.15 | 공급기에서 강관 생산설비로 투입되는 원재료(띠강)에 허벅지를 베여 저혈량 쇼크로 사망 | 장안철강 대표이사 |
2023.11.09 | 집행 유예 |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
제조업 | 14 |
10 | 2022.6.8 | 경북 성주시 상수도 확장 배수관로 공사 중 굴착기에 깔려 사망 |
홍성건설 대표이사 |
2023.11.17 | 집행 유예 |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
건설업 | 18 |
11 | 2022.3.25 | 신축 공사현장에서 환풍구에서 추락하여 사망 | 주식회사 제효 대표이사 | 2023.11.21 | 집행 유예 |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
건설업 | 20 |
12 | 2022.3.25 | 부산 연제구의 신축공사 현장에서 근로자(중국)가 주차타워 지하에서 단열재 부착작업중 리프트 균형추와 방호울 사이에 머리가 끼여 사망 |
성무건설 대표이사 |
2023.12.26 | 집행 유예 |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 |
건설업 | 21 |
13 | 2022.3.30 | 골판지 가공 기계의 회전축에 윤활유를 주입하는 작업 도중 작업복이 회전축에 말려들어 사망 |
골판지제조업체 삼성포장 대표이사 |
2024.1.18 | 집행 유예 |
징역 1년2개월 (집행유예 2년) |
제조업 | 22 |
14 | 2022.3.29 | 하청노동자가 고소작업대와 11m높이의 철골 사이를 오가던 중 추락하여 사망 |
LDS산업개발 대표이사 | 2024.2.7 | 집행 유예 |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
건설업 | 23 |
15 | 2022.7.14 | 재해자(네팔 국적)가 주조 기계 내부 금형 청소 작업을 하던 중 금형에 끼여 사망 (자동차 부품 제조) | 주식회사 엠텍 대표이사 |
2024.4.8 | 실형 | 징역 2년 | 제조업 | 21 |
16 | 2022.8.8 | 오피스텔 건설 현장에서 장맛비가 내리는 가운데 철근 절단 작업을 하던 근로자가 감전돼 사망 | 성지종합건설 대표이사 | 2024.6.25 | 집행유예 |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
건설업 | 22 |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된 2022.1.27 이후로 총 16건의 1심 판결이 나왔다.
1) 평균 선고기간 : 1년 6개월
선고까지 걸린 기간은 평균 18.3개월이다.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다. 물론 판결을 내리는 데 어려울 수 있다. 사업주를 대상으로 판결을 해야 하고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된다는 의견도 많고 안전보건 관련 자료가 많아 검토해야 할 서류도 매우 방대하고...
그래도 1년 6개월이라는 긴 선고기간, 불복할 경우 2심, 3심까지 고려하면 5년은 족히 잡아야 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사고는 자연스레 잊혀지고 유가족은 지옥 속에 살게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게다가 선고기간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
2) 실형은 단 2건?
16건 중 실형은 2건 밖에 없다. 나머지 14건은 집행유예이다. 집행유예는 해당 기간동안 형의 집행을 유예하는 제도이므로 유죄이긴 하나 사실상 징역형이 아니다. 그렇다면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충실히 이행해서 집행유예가 나왔느냐? 그건 아니다.
판결문을 보면 다양한 조항의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을 위반했다고 적시되어 있다. 즉, 유죄는 명백하나 실형을 내릴만큼의 죄는 없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이미 내려진 판결에 대해 잘잘못을 따질 수 없기에 법의 테두리 안에서 적절히 잘 판단했다고 믿고 넘어가자.
다만, 법의 입법취지와 법이 시행되기 전 산업계의 우려와는 다르게 솜방망이 처벌이 되고 있는 점은 다소 의아하다. 재판에 미치는 영향에 있어 판례가 매우 중요한데, 초반에 이러한 추세로 판례가 쌓이게 되면 향후 중대재해처벌법의 효과는 미미해지고 말 것 같다.
3) 건설업 및 제조업이 대부분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사망사고를 일으키는 업종이 건설업이고, 그 다음이 제조업이다. 앞으로도 이러한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판단된다.
건설업과 제조업의 공통적인 특징은 비정형, 돌발작업이 많다는 것이다. 계획되지 않는 작업, 일상적이지 않은 작업이 공정 중간에 튀어나오고 이것을 적절히 대응하지 못해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우리는 언제나 기본에 충실해 작업을 해야 할 것이고, 모든 과정에서 안전을 우선시해야 한다.
(1시간이면 끝날 작업이 1개월 작업중지를 부른다.)
4) 시사점
위 표에서 보면 알겠지만 대부분은 중소기업으로 우리가 알법한 큰 기업은 없다. 대기업은 인력과 예산에 있어 안전관리를 충실히 할 여력이 있겠으나 중소, 중견기업의 경우는 녹록치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건을 제외하고 모두 집행유예가 나온 점은 상당히 인상적이라고 할 수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을 무서워하고 불평만 할 게 아니라, 제대로 준비해서 대응한다면 결코 두려워할 게 아니라는 것이다.
제대로 준비되지 않았음에도 실형을 면했는데, 법에 의한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충실히 이행한다면 검찰기소조차 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중대재해처벌법 대응에 대한 구체적 방법은 다음 글에서 다뤄야겠다.
[핵심 내용정리]
평균 선고 소요기간 | 18.3개월 |
집행유예 | 14건 |
실형 | 2건 (모두 제조업) |
업종 | 건설업 10개 제조업 5개 기타 1개 |
1. 2024.8.1까지 나온 16건의 중처법 1심 선고 중 14건은 집행유예, 실형은 단 2건
2. 중처법을 준비만 잘 한다면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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