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에 막연히 생각하던 것이 있다. 그것은 ‘먼 미래에 인간은 매우 편한 삶을 영위할 것이고, 특히 힘들고 고된 일은 모두 기계가 대체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아마 7,80년대 생들은 대부분 이런 생각을 하며 자라오지 않았을까? 이런 막연한 생각은 실제로 현실이 되고 있는 것 같다. 공장이 자동화되면서 인간과 함께 일하는 협동로봇이 나오고, 심지어 사람없이 기계로만 구성된 작업장도 있으니 말이다. 용접, 도장 등 사람이 하면 오래 걸리고 품질도 일정치 못할 작업을 기계가 쉬지 않고 일하면서 생산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 AI의 발전에 따라 인간의 역할 중 훨씬 더 많은 것을 대체하고 있는 것은 다름아닌 인간의 두뇌라고 생각한다. 소위 화이트컬러라고 불리우는 사무직, 그 중에서도 뛰어난 머리를 가져야만 가능하다는 변호사, 회계사, 프로그래머와 같은 직업은 AI가 모두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으니 말이다.
실제로 기업의 경영에 있어 인공지능이 차지하는 부분은 날로 커지고 있다. 데이터를 분석하여 객관적인 자료를 뽑아내는 것은 AI를 따라갈 수 없을 것이다. 인간은 데이터를 판단할때 본인의 경험과 지식 등 일종의 사심(?)을 녹여내기에 정확한 사고와 판단은 AI가 더 뛰어날 것이다.
글로벌 회계, 컨설팅 법인 ‘EY한영’에서 신년 경제전망 세미나에 참여한 국내 기업 고위 경영진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AI를 도입하여 활용중이거나 계획중이라는 응답이 전체의 88%를 차지했다. 이 말인 즉슨 우리가 하고 있는 안전업무도 AI 도입에 의해 대체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그리하여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과연 안전관리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고찰한 내용을 공유한다.
1. 현장안전관리에 집중
안전관리자와 관리감독자의 주요 역할은 현장에 있다. 최근 중대재해처벌법 등으로 불필요한 서류작업이 많아져 오히려 현장 관리할 시간이 적다는 볼멘소리가 많은데, AI시대에는 오히려 서류작업은 AI에게 맡기고 현장안전관리에 집중해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점검도 데이터만 넣어주면 인공지능이 스스로 해결하는 식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반면, 현장에서 인간의 눈과 귀를 포함한 오감으로 정보를 받아들이고 상황을 판단하는 능력은 AI와 로봇이 따라올 수는 없다. 물론, 최근 개발된 로봇개와 같이 단순 현장시찰은 가능하겠지만 카메라와 센서로 구성된 로봇개의 탐지성능은 인간의 감각기관과 비교해 그 성능이 매우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사람은 현장 안전관리를 포함해 인공지능과 로봇에 주입할 input 데이터 수집에 집중해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이 무서워 무의미한 서류만 양산하는 것보다 현장에 직접 나가서 점검하고 기록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인간은 근로자에 대한 작업지도, 보호구 착용 확인, 작업방법 개선, 안전교육, 불안전한 상태/행동 발견 등 유연한 사고로 능동적인 문제해결이 가능하다. 이러한 것들은 절대 로봇이나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없을 것이다.
결국 근로자에 대한 작업지도, 작업방법 개선, 안전교육과 같은 현장 친화적 안전활동은 인간이 하고 그 과정에서 파생된 데이터를 분석하여 유의미한 값을 찾아내는 것을 인공지능이 수행해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사업장 내에서 불필요한 서류작업을 줄이거나 없애고 꼭 필요한 것들만 남겨야 한다.
2. 데이터 안전관리
AI시대의 도래는 막을 수 없다. 이미 우리 삶 깊숙이 자리해 있을 뿐더러 심지어 어떤 분야의 업무는 빅데이터없이는 더 이상 수행할 수 없을 정도로 발전해 있다. 이런 상황이므로 안전관리 분야에도 AI는 반드시 적용될 것이라 확신한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사고사례, 아차사고, 작업계획서, 각종 안전점검 결과와 같은 안전관리에 필요한 모든 데이터를 전산화하여 데이터 분석 기반 안전관리를 해야 한다. 어떠한 사고가 어느 계절에 주로 발생하는지, 하루 근무시간 중 어느 시간대가 가장 아차사고가 많은지, 이번 주 작업 중 사고 위험이 높은 작업은 언제 있는지 등을 인간이 수기로 관리하는 범주에서 벗어나 인공지능이 분석하고 결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AI에 적용할 수 있는 데이터 기반을 미리 만들어두는 것이야말로 AI시대를 대비하는 최고의 방법인 것이다.
3. 결국은 안전관리의 본질과 핵심을 꿰뚫는 힘
위 내용을 종합해보면 인간은 현장안전관리를 도맡고, 데이터는 인공지능을 관리하는 데이터 전문가가 담당하게 될텐데, 그럼 우리의 일자리가 위협받을까?
일정 부분은 위협이 될 수 있다. 다만, 안전관리는 인간의 복잡한 심리와 조건이 연관되어 있다. 동일한 문제라 할지라도 상황과 조건에 따라 혹은 작업자의 유형에 따라 다른 솔루션을 제시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말인 즉슨, 단순 법적 요건이나 기준은 AI가 더 정확하게 데이터를 뽑아낼 수 있겠지만 이것을 현장에 적용하는 것은 결국 인간이 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AI가 도출해낸 데이터를 토대로 안전관리 방향을 결정하고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서 우리는 안전의 본질과 핵심을 꿰뚫는 힘이 필요하다. 단순히 법적 요건만 만족하고 정부의 지침대로 움직이는 수준이 아니라 이것을 사업장에 적합한 형태로 녹여내기 위해서는 맹목적인 ‘이행’으로는 불가능하다. 법과 기준, 명령 속에 포함된 함축적인 의미와 본질을 찾아서 사업장에 맞춤 적용해야 한다.
AI와 기계의 발전에도 두렵지 않으려면 대체되지 않을 수 있을만한 전문성을 갖추어야만 한다.
결론
서두에 언급한대로 인공지능은 인간의 팔과 다리가 아닌 머리를 대체하고 있다. 필자는 안전관리 분야에서 절대로 대체할 수 없는 것이 현장안전관리라고 생각한다.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은 정확하고 빠르게 할 수 있을지라도 현장안전관리는 인간의 융통성과 상황판단능력을 따라올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향후에는 현장을 중심으로 하는 안전관리를 수행하고 데이터를 확보하여 AI 시대를 대비해야 하며 안전관리의 본질을 파악하는 능력을 배양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전문자격을 취득하는 등 개인의 능력향상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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