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보호구에 관한 얘기를 해볼까 한다.
보호구의 중요성을 말로 설명해 무얼 할까? 당연히 작업환경 자체가 보호구를 착용하지 않아도 될 만큼 안전한 상태인 것이 바람직하겠으나 실제로는 근로자가 위험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보호구 착용은 필수다.
사업주와 안전관리자의 주요직무 중 하나가 이 보호구를 적절히 선정하는 것인데, 보호구 선정과 관련하여 올바른 방법에 대해 견해를 밝혀보겠다.
1. 안전인증 여부만 확인하면 끝?
우리나라는 안전보호구 인증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물론 타 선진국들도 자국의 자체인증제도가 있다.(유럽은 CE, 미국은 OSHA) 안전인증은 보호구를 표준화하고 일정한 성능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제도임은 분명하다.
다만, 안전인증제품만을 사용하도록 법적으로 명문화되어 있으니 대부분의 회사에서는 근로자에게 안전인증 여부만 확인하고 지급하고 있다. 이것이 과연 올바른 방법일까?
안전인증은 산업안전보건인증원에서 주관하는데 보호구가 가져야 할 최소한의 보호능력을 일정한 성능검사를 통해 검증하고 KCs마크와 인증번호를 부여한다. 우리나라는 안전인증제품만을 근로자에게 지급하도록 요구하고 있으므로 당연히 우리나라에서 보호구 사업을 하는 회사는 대부분 인증을 필수로 가지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하는데, 보호구 선정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것이 가격과 인증이다. 따라서, 인증이 있는 제품 중 가장 값싼 제품을 구입하고 있다. 이게 무슨 문제냐고?
사업과 사업장마다 근로환경과 작업환경이 다르다. 그 말인즉슨 근로자가 처한 위험성도 다르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보자.
건설현장에서의 주요 위험성 중 하나가 낙하물에 의한 맞음이다. 고층 현장의 경우 10층 이상에서의 낙하물에 맞을 수도 있는데 현재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안전모가 과연 견딜 수 있을까?
‘보호구 안전인증 고시’에는 안전모의 성능시험기준이 명시되어 있다.
안전모가 머리를 보호하는 성능은 내관통성과 충격흡수성 시험과 관련이 있다.
(1) 내관통성 시험
- 방법 : 450g의 철제추를 3m 높이에서 자유낙하시켜 손상 깊이를 측정
- 결과 : AE, ABE는 9.5mm 이하 / A, AB는 11.1mm 이하
(2) 충격흡수성 시험
- 방법 : 3.6kg의 충격추를 1.5m 높이에서 자유낙하시켜 내측 충격전달력을 측정
- 결과 : 최고전달충격력이 4450N 이하여야 함
위 내용을 보면 내관통성의 경우 겨우 450g의 추를 3m 높이에서 떨어뜨려 시험을 하고 충격흡수성 시험의 경우 3.6kg 추를 1.5m 높이에서 떨어뜨려 시험하는 것을 볼 수 있다.
10층 이상의 높이에서 고장력볼트나 자재가 떨어졌을 때 과연 두개골을 제대로 보호해 줄 수 있을까? 글쎄..
다만, 실제 건설현장에서는 이보다 무겁고 높은 높이에서 물체가 떨어질 가능성이 있음에도 대부분의 건설현장은 ABE 안전모를 지급하고 있다. 그 이유는 바로
안.전.인.증.이.있.으.니.까.
필자는 안전인증에 연연하지 않고 실제 작업환경에 적합한 보호구인지 검증하고 보호구를 선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구체적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보호구 선정 시 업체로부터 성능검사결과를 요구한다.
- 가령, 10m 높이의 건물을 시공하는데 10m 높이에서 고장력볼트(M24)가 떨어졌을 때를 가정한 성능검사결과가 있는지 문의
- 규모가 큰 보호구 업체는 여러 가지 성능시험 결과를 가지고 있음.
2. 작업환경에 적합한 보호구가 어떤 것이 있을지 보호구 업체로부터 컨설팅을 받는다.
- 보호구 제작 업체가 전문가다. 우리가 더 많이 알 수는 없는 것이다. 따라서 전문가에게 컨설팅과 도움을 얻는 것은 바람직하다.
여기까지 마무리하려 했으나 한 가지 더 짚고 넘어가고 싶은 사안이 있다.
최근 현장에서 작업자가 접이식 안전모나 통풍구멍이 있는 안전모를 착용하는 사례가 있었다.
이런 안전모의 경우 ‘보호구 안전인증 고시’에 따른 성능시험 중 내전압성 시험에 절대 통과할 수 없는 것들이다.
(1) 내전압성 시험
- 방법 : 안전모를 뒤집은 상태에서 내외측의 수위를 맞춘 다음 외부에서 20kV, 60Hz의 전기를 흘려보내 1분간 절연파괴가 없는지 확인하고 내측 누설전류를 측정하여 10mA 이하가 되는지 확인
위 방법에 따르면 안전모에 물을 채우고 전기를 흘려보내 안쪽으로 전기가 안 흐르는지 보는 시험이다.
따라서 접이식 안전모나 통풍구가 있는 안전모의 경우 뚫려있는 구멍 사이로 전류가 흐르기 때문에 내전압성 시험에 절대 통과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런 안전모는 A형 안전모로 보면 됨)
감전의 위험이 전혀 없고 지상에서 하는 간단한 작업의 경우 이런 안전모를 착용해도 문제가 없겠으나 일반적인 건설업, 제조업에서는 절대로 사용해선 안될 것이다.
여기까지 올바른 보호구 선정 방법에 대해 알아보았다.
안전보호구를 제대로 선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작업의 특성을 고려하여 보호구를 제대로 선정해 안전한 사업장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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